영춘권 도장수련 7일차 무술

요 며칠간 신상이 번잡헀던 탓에 수련은 고사하고 도장수련 후기를 정리할 틈조차 없었다. 
잠시간 여유가 생긴 틈을 타서 늦게나마 도장수련 후기를 정리해 보았다.

  이 날은 왠일인지 사람 수가 적어서 상당히 한산한 가운데 수련을 했다. 수련이 시작되면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뒤쪽으로 빠져서 새로운 소념두 동작을 배우거나 사부님이 그날 그날 지정해주시는 기본동작을 연습하게 되는데, 이 날은 뒤쪽으로 빠지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 두명 뿐이었다. 나와 함께 빠졌던 분은 수련 첫날인지 소념두 첫 동작을 배우셨고, 나는 소념두 8번째 동작을 배웠다.
이번에 배운 건 봉사오에서 탄사오로 전환한 뒤 장저로 타격하는 동작인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교범에서는 이 동작을 '제 7세'로 표기하고 있다. 수련일기를 쓸 때는 내가 동작을 배운 순서대로 기록하는 까닭에 생긴 차이인데, 확인해 보니 교범상에 4세로 되어 있는 동작을 내가 두 번에 걸쳐 나눠 배운 것이 원인이었다. 집에서 혼자 자세를 복습할때면 교범을 참고하고 있긴 하지만, 양정파에서 낸 책이 아니다보니 마냥 교범 내용을 좇을 수만도 없다. 해서, 일단은 내가 배운 순서대로 8번째 동작으로 적어놓은 뒤, 이렇게 된 사정을 부기해두려 한다. 다음 도장수련때 벽에 붙은 포스터라도 보면서 동작 구분을 확인해 보고, 교범상의 구분과 일치한다면 이후로는 그 구분을 따라야겠다.

  늘 그랬듯이 소념두 연습 뒤에는 상대연습을 통한 기본동작 수련이 이어졌는데, 새로 오신 분은 거울을 보며 혼자 충권 등을 연습하시고, 나는 조금 늦게 온 다른 사형분(추정)과 짝을 지어 간다와 박다 등의 동작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간다로 하단공격에 반격하는 연습을 했는데, 사형과 함께 수련을 하니 잘못된 점을 바로 바로 교정받을 수 있어 좋았다. 간사오를 할 때 전완부가 곧장 내려가는 게 아니라 팔꿈치를 먼저 움직이며 전완부를 확실하게 회전시켜야 한다는 것, 방어하는 손이 몸 옆으로 빠져나오면 안 된다는 것 등을 지적받았늗네, 간사오를 처음 배운 날 이후로 도장에서는 따로 연습을 할 기회가 없었던 터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상대의 공격이 거셀 경우에도 간사오로 확실히 막을 수 있을지를 걱정했더니, 측신마로 몸을 살짝 비키면서 간사오를 하는 동작을 잠시 보여주셨는데, 이는 비슷한 수준의 수련생들끼리의 연습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간다 연습 뒤에는 새로운 형태의 박다를 배웠다. 양손으로 상대를 겨누는 기본 자세에서 뒷손으로 박사오를 하면서 앞손으로 곧장(손을 가슴 앞으로 회수하지 않고) 충권을 치는 동작이었다. 지금껏 연습했던 박다는 항상 앞손으로 방어를 하는 동시에 뒷손으로 충권을 치는 식이었던지라, 새로 배운 움직임은 영 어색하게 느껴졌다. 상대의 박다를 박다로 반격하는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앞손으로 충권을 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상대의 박다에 막힌 앞손을 몸쪽으로 회수한 뒤 주먹을 지르는 식이었기에 사실상 뒷손으로 치는 충권과 마찬가지였다. 팔을 앞으로 뻗은 상태에서 곧장 충권을 치려니 팔을 뻗을 수 있는 거리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팔이 움직이는 거리가 짧으니 팔힘을 거의 사용할 수 없으며, 팔힘을 쓰지 못하니 주먹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오로지 체중이동에 의지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번 도장수련 후기에도 썼듯이, 이게 도무지 마음처럼 되질 않는 것이다. 발놀림에 온 신경이 집중되니 손놀림이 흐트러지고, 공격하는 손의 위치가 달라진 탓에 팔을 뻗는 동작에도 위화감이 느껴져 자세를 익히는데만도 한참이나 고역을 치러야 햇다. 사실은 지금까지도 감을 전혀 못 잡고 있는데, 체중을 싣는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은 자세부터 확실히 익히도록 노력해야겠다. 
새로 배운 박다 연습은 세 단계로 나눠서 이뤄졌는데, 첫번째는 제자리에서 공격하는 상대에게 제자리에서 대응하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치고 들어오는 상대의 공격에 제자리에서 대응하는 것, 마지막은 치고들어오는 상대를 향해 같이 치고 들어가며 반격하는 것이었다. 이 연습을 하는 도중 사부님께서는 영춘권은 항상 공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셨다. 때문에 영춘권에서는 공격과 방어가 엄밀히 나눠지지 않으며(공방일체이므로), 굳이 구별을 하자면 먼저 움직이는 상대의 공격을 멈춰서 받아내면 방어, 상대방의 움직임과 동시에 움직여 대응하면 반격, 내가 상대보다 먼저 움직인다면 공격이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같은 동작이라도 상황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인데, 검도의 선의 선, 후의 선 개념과 함께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또한 이런 기본개념을 실제 동작상에 충실히 구현할 수만 있다면 모든 방어동작이 곧 카운터 공격이 되는 셈이니, 그 위력 또한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아무튼 이런 견지에서 본다면 이날의 박다 연습은 방어 연습에서 반격 연습 순으로 진행된 것인데, 반격 연습을 할 때는 상대와 내가 동시에 서로에게 달려드는 형국이 되는지라 실제로 타격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긴장감이 느껴졌다. 상대연습을 할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나처럼 담이 작은 사람은 이런 방식의 연습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담력을 키울 수도 있을 듯 하다.

  수련 막바지에는 상대에게 붙잡힐듯 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동작을 배웠는데, 봉사오와 비슷한 모양으로 상대의 목을 밀치는 동시에 무릎으로 상대의 오금을 압박하는 식이었다. 사부님께서는 영춘권은 허리를 세운 상태에서 제 위력을 발휘하니 잡혀서 넘어지는 일은 피해야 하며, 상대가 잡으려 들 때는 이러한 동작으로 잡혀 눌리는 것을 막은 뒤에 타격을 통해 반격하라고 말씀하셨다. 수련 첫 날에 배웠던, 탄사오와 비슷한 모양으로 잡힌 손목을 빼내는 동작이며, 소념두에서 무시로 등장하는 훈사오 등을 보면, 영춘권에는 잡히는 것을 막거나 잡힌 것을 푸는 동작이 제법 준비되어 있는듯 하다. 이는 영춘권의 공방거리가 상당히 짧은 편이라는 점이나 체격이 작은 사람이 체격차가 있는 사람에게 잡힐 경우 일방적으로 휘둘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을 안배한 결과로 보인다. 수련전부터 내심 걱정하던 부분인데, 이런 식의 해법이 준비되어 있음을 알게 되니 다소 마음이 놓인다. 물론 영춘권에 이런 개념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런 개념들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그래도 일단 있다는 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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